문은채
M’cube is a program to discover and support young artists who explore experimental territories with a passion for novelty and challenge their limits.
ABOUT
2024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
2020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 |
SOLO Exhibition
2025 |
Chill of Peace, 갤러리밈, 서울 |
DUO Exhibition
2024 |
帰りは線路を歩いて来るからいい, AIR3331, 도쿄 |
GROUP Exhibition
2024 |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것들, 도잉아트,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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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Wonderful World, 이대서울병원, 서울 |
2023 |
시차, buronzu gallery, 리에주, 벨기에 |
2021 |
白日夢, 도잉아트,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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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TO MYSELF,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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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UT展, 갤러리 이마주, 서울 |
Residency
2024 |
AIR3331, 도쿄 |
냉장고에서 꺼내 온 평화 한 조각
제주의 숲에 간 적이 있다. 빼곡한 나무들 때문에 숲 안에선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낮이었는데 햇빛이 들지 않아 살짝 어둑했다.
그 때 저 멀리서 사슴 한 마리가 다가왔다. 어두운 숲 안이라서 내가 보이지 않는 건지 무척 가까이까지 사슴은 다가왔다. 이윽고 사슴은 나를 발견했고,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나도 놀라서 사슴을 보았다. 그 순간은 고작 몇 초 정도 지속됐고 사슴은 곧 도망갔다. 하지만 나에겐 그 순간이 마치 억겁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건 사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감각을 뭐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오갔던 눈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어스름하게 비추는 햇빛과 살짝 차가워진 공기. 우릴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마치 연극 속 무대 같고 우리는 그 위에 선 배우가 된 것 같은 착각. 그 때의 배신감, 또는 완벽한 평화.
그렇다. 어쩌면 그건 평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순간이니까. 그 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렇게 서로 영원히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완벽한 평화가 있을까?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이다. 무언가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 놓듯이, 나는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붙잡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 위는 나에게 식탁과 같다. 잘 닦은 뒤 깨끗한 식탁보를 깔아 놓는다. 화병에 꽃을 꽂아 놓고 반짝이는 식기들을 준비한다. 예쁜 접시를 일렬로 나눠준 뒤 그 위에 냉장고에서 꺼내 온 평화를 한 조각씩 담아 놓는다.
방금 냉장고에서 나온 평화는 꽤나 차갑다. 입 안에 넣으면 서걱거리며 이빨이 시리다. 하지만 곧 차가움은 사라지고 달콤함이 찾아올 것이다. 냉장고에서 한참 기다리고 있던 평화는 솜사탕처럼 녹아 내린다. 이윽고 사라진다. 사실은 도망갔으며 캔버스 위엔 잔상만 남겨 놓은 사슴처럼 말이다.
- 작가노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