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위의 진동
Kim Myeongjun
M’cube is a program to discover and support young artists who explore experimental territories with a passion for novelty and challenge their limits.
ABOUT
작업노트
정적 위의 진동
The Vibration on Stillness
불이 꺼진 자리엔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재로 가라앉은 흔적이기도 하고, 시야 너머로 번지는 미세한 떨림이기도 합니다. 나는 바로 그 잔상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표면 아래 미묘하게 일렁이는 감각들—이번 전시 **《정적 위의 진동》**은 그런 감각들을 회화적으로 붙잡아보려는 시도입니다.
작업의 출발점은 실제 재해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거나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 그 사건이 남긴 정신의 결, 균열, 틈 같은 것들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불에 타버린 나무, 사라진 빛, 그리고 그 틈에서 느껴지는 어떤 생의 가능성들. 나에게 이 장면들은 단순한 자연의 파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이 열리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불꽃, 별빛, 번개, 나무—이 상징들은 반복적으로 제 작업에 등장합니다. 불은 파괴의 이미지지만 동시에 어떤 생명의 언어이고, 별은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리듬처럼 다가옵니다. 나무는 중심이자 통로입니다. 그 몸체를 따라 화면 위에 선을 긋는 과정을 통해, 나는 감각의 층위를 쌓아올립니다. 그려내는 시간 동안, 화면은 점점 고요해지고 동시에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 고요한 진동을 믿습니다. 화면 전체를 뒤덮는 푸른 톤의 결들은 물처럼 흐르고, 그 위를 유영하듯 떠다니는 불꽃들은 어떤 비물질적인 감각을 환기시킵니다. 그것은 파멸 이후에야 도달할 수 있는 감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는 타오르지만, 그 안에서 별이 자라고, 재 속에는 또 다른 우주가 숨어 있습니다. 이중의 세계, 파괴와 생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을 그리는 것이 지금의 제 회화가 도달한 하나의 태도입니다.
**《정적 위의 진동》**은 결국 질문입니다. 정말 이 세계는 고요할까요? 혹은 우리가 보지 못한 진동으로 이미 요동치고 있는 걸까요? 그 떨림을 감각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김명준
SELECTED WORK
INSTALLATION VIEW
Preparing for the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