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나는 오래전부터 자연의 다채로운 색 변화에 매료되어왔다. 그 색을 내 공간 안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이 고민은 ‘선을 긋지 않는 회화’, 그리고 자연을 눕히고, 덮고, 꽂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전통 동양화의 먹선은 색의 미묘한 변화를 방해할 것 같아 과감히 생략했다. 대신 선의 자리는 비워두어, 그 존재를 잃지 않도록 했다. 선 없이 색으로만 구성된 화면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내가 감지한 자연의 기운과 인상을 담기 위한 방식이다. 흐릿한 경계는 색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고, 화면은 점차 미로처럼 복잡하고 낯선 풍경으로 변한다. 형태는 희미해지고, 그 안에서 미시적인 세계가 촘촘히 드러난다.

자연이 더욱 복잡하게 다가올수록, 나는 그 조각들을 정리하고 보관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자연을 눕히고, 덮고, 꽂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었고, 전통 책가도의 구조를 차용해 책 대신 자연을 꽂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나는 이 시도를 *식가도(植架圖)*라 부른다.

자연은 나에게 언제나 길을 잃게 만드는 존재다. 그 길 잃음 속에서 감각의 잔상들을 더듬으며 갈피를 찾는다. 이번 전시 〈갈피〉는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장면들이다. 페이지 사이로 스며든 풍경의 갈피들을 이곳에 펼쳐 보인다.

황소영 Hwang Soyoung

b.1998

202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

202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석사 재학중

개인전

2025 갈피, 갤러리밈, 서울

단체전

2018 작은그림전, 이화아트센터

2021 EUMC 페어, 이대서울병원

2024 테세라(Tessera), 공간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