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준비 중입니다.
지구독대여자
Jung Jungyeob
M’VOID is a program that plans and presents exhibitions of leading artists at home and abroad who question contemporary aesthetic values while strengthening their works with insights.
ABOUT
독대의 방법론[1]
이연숙(리타)
‘독대’는 한자로 ‘홀로 독(獨)’에 ‘대답할/마주할 대(對)’를 쓴다. 풀어쓰면 ‘다른 누구 없이 홀로 마주한다’라는 의미이다. 통상 용례로는 윗사람과 비밀리에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을 가리키며 불평등한 위계 질서를 전제하는 단어이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 제목에서 정정엽은 이를 다른 관점으로 전환한다. 나는 이를 내 식대로 풀어본다: 흔히 ‘대’는 두 적수 사이를 구분하는 표기로서 쓰이는데 이는 영어의
‘VS’와
대응한다. 그러면서 ‘대’는
다른
누군가에 ‘대항하다(against)’로도
확장된다. 알다시피
대항은
늘
다른
누군가에 ‘대해’ 반대
방향으로
향하려는
운동이다. 그러려면
나와
반대
방향에
있는
상대(相對)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대답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내가
말을
돌려줘야
할
책임
있는
누군가가
이미
있다. 그러므로 ‘홀로’ ‘마주한다’라는
뜻이라곤
해도
실제 ‘독대’라는
글자에는
드러나지
않는
어떤
존재—‘타자’가
항상
포함되어
있다. ‘독대’는
나와
다른
타자와의
대면이자
대답이다. 이는
물론
나와
불화하는
사건이다. 오직
수직(│)수평(─) 획으로만
이루어진
빳빳하게
곧은 ‘독대’ 두
글자에는
화해, 협상, 합의
불가능한
타자와의
절대적인
차이가
이미
자기
형태로서
예시되고
보존된다. 나와
타자에겐
교차점은
있지만
평행선은
없다.
한치
양보
없는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자
대결—이를
페미니즘
언어로는 ‘평등’이라
쓴다. 통상
평등이란
인간
간에
차별
없이
같은
권리를
보장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독대’ 관계에서
발생하는
평등에는
긴장이
수반된다. 타자는
불편하고
내게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실
페미니스트
정치성, 감수성이란
종과
비/생물의
구분을
초월하여
나와
다른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존중, 경탄—무엇보다 ‘연민’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도착(perversion) 능력과도
같다. 전문
페미니스트
주체라면
나와
대상
간의
힘, 크기, 능력 ‘차이’를
가부장적
위계
질서의
언어로서
자동
번역하는
사고
방식에
부동의할
뿐만
아니라
무감동하다.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까지는
부단한
훈련이
뒤따른다. 아마
그렇기에
많은
평자들이
정정엽의
그림에서
통상 ‘화가’라는
말이
부여하는
권위와는
다른
대안적인
태도를
읽어내는
것이겠다. 과연
벌레-여자-화가로서
정정엽은 “두렵지만” “어둠” 속을 “촉각”으로 “더듬”으며
매일
수종(種)수족(足)의
타자를 “쓸쓸”하고 “쏠쏠”하게
마주하며
나무
판넬
캔버스를
무대
삼아
이들과의 ‘독대’를
온몸으로
재연한다. 그의
스케일에
맞춰 1:1로
뻥튀기된
거대
나방과
거대
풀들의
거친
표면은
작가의
신체가
수행했을
그리기의
안무(choreography)를
재생한다. 매순간이 “최초의” “원초적” 접촉인
타자와의
경이로운
만남은
그림이란
수행으로
반복된다. 이제
그림이란 ‘독대’의
다른
형식이다. 반복
불가능한
타자와의
관계가
거기
있다.
한편 ‘독대’는
정정엽에게
자유로도
번역된다. 제멋대로
말하자면
내겐
대선배인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민중(민족/노동)-여성(‘변방’)의
경계
현장에서
예술-생활
간의
긴장과
그런
긴장이
외려
가능하게
하는
재미를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런
긴장으로부터
살아남은
예술가다. 그는
그런
경험을
통해
내장으로
익힌
본능
같은
직관으로
자유란—물론 ‘평등’ 또한
마찬가지로—무한정의
몫이
아닌
극단적인
대립
사이에서
찰나
체험되는 “균형” 상태라고
간주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는
일반적인
용례와는
달리
자기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시험하는
자기
수양이자
자기
돌봄이다. 그림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다. 타자와
자기
자신
간의 ‘독대’ 관계를
수련하는
정신적인
공간이자
물리적인
장소로서
캔버스는 ‘화가’ 정정엽의
의도를
제한하며
동시에는 ‘그로부터’ 가능해진
우연을
개방한다. 각기
다른
결을
가진
나무
판넬
캔버스라는
불균질한
환경은
이런
긴장
상태에서만
획득되는
회화적인
쾌(pleasure)를
낳기
딱
좋은
매트릭스다. 다시 ‘독대’라는
단어를
분해하면—‘대’는
또한
현대
중국어에서
상대방의
말에
대한
동의를
의미한다. 그의
붓이
의도하는
방향은
나무
판넬에
저항하고(against) 또한
우연히도
일치(correct)하며
물질적인
접촉의
관능적인
재미를
산출한다. 오직
주체-세계
간의
긴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틈새’ 찰나
즐김은
회화라는 “본능”적인
움직임의
근본
동력이다. 또한
슬라보예
지젝의
말에
따르자면
이는
자유라는 “역설과
불화로
맹렬하게
타오르는”[2] 개념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독대’가 일견 암시하는 고독과는 달리 화가의 태도이자 방법으로서 여기에는 미지의 타자에 대한 우연적 만남과 필연적 접촉에 대한 기쁨과 유희가 넘치도록 있다. 그가 나무 결을 따라 붓과 눈으로써 쓰다 듬은 캔버스의 표면으로부터 우리는 새삼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나온 이종(異種)친족들을 ‘다시’ 타자로서 경이롭게 보는 육감을 발견한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 삶을 타자라는 차이가 주는 긴장과 경이로 채울 것을 제안한다. 그런 모든 과정에서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다름아닌 생이 주는 재미이다!
[2] 슬라보예 지젝, 노윤기 옮김, 『자유』, 현암사, 2025, 205p.
작업노트 (2026.5.15.)
대부분 나는 벌레다. 촉각을 곤두세워 방향을 주시한다.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더듬어간다.
벌레 한 마리 힘차게 기어 갈 때, 내 몸속에 꿈틀대는 최초의 몸짓
절벽 같은 어둠속에 손을 휘저었을 때 두렵지만 지구 독대 충만
태어나 매일 만나는 밤길을 온전히 호흡하고 싶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스며든 공포, 이 태생적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
음악 소리를 들으며 혼자 식당으로 가는 길
먼 곳의 총탄 한 방 이 고요를 날려버리리라.
소녀생존기의 몸짓을 들여다본다.
그림은 분명한 마음의 결을 따라
움찔, 획, 머뭇 머뭇, 바닥을 더듬어 없는 길을 찾아가는 일
어느 날 가만히 들여다 본 나무의 결들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붓질로 더듬어가며 ‘소녀생존기-몸짓’ 7개의 나무 판넬 연작을 그렸다.
물속에서 춤추는 여자의 몸짓이 물방울, 어둠 속의 동굴,
고사리 이파리와 섞이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기괴한 감자 싹이 거대한 획을 그으며 존재를 뽐낸다.
지난 여름 만났던 나방들의 눈빛과 날개 짓이 나무결의 흐름과 섞인다.
커다란 캔버스에 내가 먹은 풀들이 벌레들과 뒤섞여
오래전 동굴 벽화처럼 원초적 기운을 뿜어낸다.
정적과 역동, 흔들리며 걸어가는 동안 새로운 호흡을 즐긴다.
정정엽 Jung Jungyeob
b. 1962
1985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SOLO Exhibition
2026 |
지구독대여자, 갤러리밈, 서울 |
2025 | 콩은 어디든 굴러 간다, 스텔라갤러리, 서울 |
2023 |
정정엽의 연결고리, A.P23, 서울 |
|
모욕을 당한 자이며 위대한, 갤러리밈, 서울 |
2022 |
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전, 아트조선 스페이스, 서울 |
|
물어보는 노동, 전태일 기념관, 서울 |
|
여자는 길을 좋아한다, 동양장B1, 대전 |
|
물구나무 팥, 봉산문화회관, 대구 |
2021 |
걷는 달, 아트센터 화이트 블록, 헤이리 경기 |
|
조용한 소란, 서울식물원, 서울 |
2019 |
최초의 만찬 - 고암미술상수상기념전, 이응노의 집, 홍성 |
|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별, 조은숙 갤러리, 서울 |
2018 |
나의 작업실 변천사, 이상원미술관, 춘천 |
2017 |
콩 그리고 위대한 촛불, 트렁크 갤러리, 서울 |
|
아무데서나 발생하는 별, 갤러리 노리, 제주 |
|
49개의 거울, 스페이스몸 미술관, 청주 |
2016 |
벌레,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
2014 |
길을 찾는 그림, 길들여지지 않는 삶, 길담서원, 서울 |
2011 |
off bean,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
2009 |
얼굴 풍경,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부천 |
|
red bean,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
2006 | 지워지다, 아르코미술관, 서울 |
| 멸종, 비나리미술관, 봉화 |
2002 | 정정엽 개인전, 서호갤러리, 서울 / 서호미술관, 경기 |
2001 | 낯선 생명, 그 생명의 두께, 신세계 갤러리, 인천 |
2000 | 봇물, 인사미술공간, 서울 |
1998 | 정정엽 개인전, 금호미술관, 서울 |
1995 | 생명을 아우르는 살림, 이십일세기화랑, 서울 |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5 |
숨어서 숨 쉬는 작가 연합 - 이피, 정정엽, 누크갤러리, 서울 |
|
오'오브젝트, 미메시스 아트 뮤지움, 파주 |
2024 |
The 3rd Two - 아시아 여성미술전, 독일BBK. 뮌헨 |
|
말하는 몸 :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2023 |
아르코미술관 50주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 아르코미술관, 서울 |
2022 |
누구의 이야기, 부산현대미술관 |
2020 |
그림 그리다, 경기도미술관, 안산, 야만의 꿈 - 핵몽4, 예술지구p, 부산 |
2019 |
세상에 눈뜨다 :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한국국립현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
2013~2009 OFF THE BEATEN PATH : VIOLENCE, WOMEN AND ART : An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Exhibition |
|
|
(An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Exhibition Stenersen Museum, Oslo, Norway | 2009, University Art Gallery, San Diego, USA | 2009) |
2012 |
Women In-Between : Asian Women Artists 1984-2012,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후쿠오카, 일본 |
2008 |
The Offering Table : Activist Women from Korea, 밀스 컬리지 뮤지움, 미국 |
2002 |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광주 |
Awards
2022 |
34회 이중섭미술상 |
2020 |
양성평등문화인상 |
2018 |
제 4회 고암미술상 |
Collections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
Publications
「작고 물렁하고 위대한」 미디어 버스 2025, 「콩은 어디든 굴러 간다」 이른비 2025, 「나의 작업실 변천사」 헥사곤, 2018, 「한국현대미술선 정정엽」 헥사곤, 2011
SELECTED WORK
INSTALLATION VIEW
Preparing for the exhibition.

























